2007년 3월 12일 월요일

2007년 3월 11일 일요일 : 킴 카쉬카시안 & 로버트 레빈 듀오 리사이틀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비올리스트 카쉬카시안과 피아니스트 레빈의 리사이틀에 다녀왔다. 지난 달 초에 뒤늦게 예매를 하려고 보니 이미 자리가 거의 다 나가 있었다. 그 때부터 포기하지 않고 시간 날 때마다 취소석을 노린 덕분에 결국 썩 괜찮은 좌석을 구해 편안한 마음으로 오랜만에 실내악 공연! 공연은 다섯 시 시작이었지만, 네 시 오십 분 부터 로비에서 잠깐 공연을 소개하는 시간도 있었다. 그 시간에 들은 비올라 유머 한 토막:
"비올라 솔로와 죽음의 공통점은?"
"다가오는 것이 두렵지만 막을 수 없다."

==프로그램==
베토벤_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7개의 변주곡 WoO 46
클라크_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쉬는 시간-
다케미쓰_A bird came down the walk for viola and piano
브람스_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Eb장조 Op.120 No.2

오늘 프로그램은 모두 처음 듣는 곡이었다. 생각보다 피아노의 비중이 높은 진짜 '듀오' 리사이틀인 점이 조금 예상 밖이었다. 베토벤의 곡은 비올라+피아노 버전은 처음이었지만 원곡이 워낙 유명해서인지 친숙했다. 레베카 클라크의 소나타는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인 곡이었다.

(저녁을 먹으러 가야 하므로 중략)

공연이 끝난 다음에는 프로그램에 두 연주자의 사인을 받았다. 바로 뒤 동문회 시간 때문에 신경이 쓰였지만 공연이 워낙 좋았고, 비올리스트의 리사이틀이 과연 언제 또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어서 공연이 끝나자마자 열심히 달려나가 줄을 섰다.

사인을 받은 다음에는 곧장 홍대 앞 치뽈리나로 가서 서울대 백신고 동문회를 했다. 신입생 셋 중 두 명이 왔고, 얼마 전에 결혼했던 형기 오빠도 신혼인데도 나왔다. 그리고 지현, 두현, 대영, 채우, (2주 전에 제대한) 태준이 참석했다. 두현은 만화 [신의 물방울]에 단단히 심취해 있더라. 아홉이서 피자 다섯 판을 먹고, 종우 오빠가 오는 시간에 맞추어 칵테일 바 파가니니에 갔다. 나는 골드메달리스트라는 무알콜 칵테일을 마셨다. 형기 오빠는 정중앙 자리에 앉아 꿋꿋이 핫초코를 주문했다. 부양가족의 힘인가!

(아무래도 저녁이 걱정되므로 또 중략)

대화가 어쩌다 그리 흘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두현이 종로에서 트렌스젠더를 보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말을 들은 새내기들이 무심히 거북하다는 듯이 말하기에, 순간 울컥해서 "자신에게 아무런 피해를 끼치지 않지만 타인에게는 중요한 어떤 이슈에 대해서 근거 없이 싫은 마음이 든다면 그것은 자기 안에 이미 어떤 헤게모니......"어쩌고 하다가, 대학에 들어온지 이제 열흘 된 애들을 붙잡고 술자리에서 헛소리하는 나이 많은 선배(더욱이 혼자 술 한 방울 안 들어간 정신상태로)가 된 기분이 들어서 곧 그만두었다.

오랜만에 동문회 후배들을 만나니 반가웠다. 대학 입학한 이래 늘 의지가 되었던 종우 오빠가 이번 15일에 공보의로 입대를 한다. 어디로 배치될지 아직 모르지만, 설령 운 좋아 서울 가까이에 근무하신다 해도, 삼 년이나 보건소에서 지내시리라고 생각하니 어쩐지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본인은 더하시겠지.

이번 주말에는 오랜만에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즐거웠다. 다음 주말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빔 밴더스 특별전]이다. 감독과의 대화가 딸린 [베를린 천사의 시] 예매좌석이 스크린에 상당히 가까워 기대가 크다.

댓글 3개:

  1. 오늘 파리 텍사스 GV가고 싶었는데 과에 일이 생겨서 못가게 되었어. ㅠㅠ 이러다 한번도 GV 못가는게 아닌가 싶어서 조금 우울해하는 중. 잘보고 와서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 해주오.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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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수미 - 2007/03/15 16:44
    아, 언니, 그럼 혹시 토요일 12시 [돈 컴 노킹] GV가실래요? 저 예매해 뒀는데 그 시간에 수업이 있어서 못 가게 되었거든요. 취소하려던 참인데 혹시 생각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GV거의 매진인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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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엥.. 그대도 못가게 되는 거였구나!!

    이런... 아아.. 학기 초는 너무 정신이 없어.

    이번 학기 학교 다니는 거야? 그럼 언제든 편할 때 문자줘. 밥 같이 먹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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