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12일 수요일

2003년 11월 12일 수요일 : 데릭저먼 회고전 '단편모음 2'


사모사


야채 커리

수현님과 아트선재센터에 가서 데릭 저먼의 단편 모음을 보았다. 10월의 상상, 드림 머신, 해적판 세 편을 묶어 상영했다. 며칠 전 보았던 '비트겐슈타인'이 워낙 인상깊어 무척 기대하고 보았으나.......아아, 아스트랄.......
'10월의 상상'은 대처 시대의 암울함을 강렬하게 담아낸, 메세지가 분명하고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낼 만 한 영화였다. 그러나 '드림 머신'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진이 빠졌고 다 본 후에도 도저히 그냥 쉽게 잊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노골적인 은유, 적나라한 표현. '이 영화가 15세 이상 관람가면 나는 열 네 살이다!' 싶었다. 대체 어떻게 심의를 통과한 거지? 영화를 보기 전만 해도 꽤 배가 고팠는데, '해적판'까지 보고 나니 식욕이 싹 사라졌다. 좋고 나쁘고로 나누어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그저 보는 사람을 상당히 힘들게 하는 영화였다. 데릭 저먼도 참 살기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0년대 영국에서 저런 영화를 계속 찍었으니. 세상이 얼마나 괴롭혔겠어.

에 가서 저녁식사를 했다. 맛있고 따끈따끈한 사모사. 커다란 난. 야채 커리도 맛있었다. 그래도 배가 고프긴 했는지 막상 음식을 앞에 두니 시장기가 돌아오며 마구 행복해졌다. 이야기를 나누며 냠냠 먹었더니 은근히 많이 먹게 되어 나중에는 배가 엄청 불렀다.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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