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20일 토요일

2006년 5월 20일 토요일

지구정복비밀결사 모임날이었다. 오늘의 정복 국가는 그리스. (지정사가 실은 '지구음식정복 결사'라는 비밀이 유출되고 말았더라.) 홍대 앞에 있는 그리스 음식 전문점 '그릭조이(Greek Joy)'에서 모였다. 동진님, 상현님 다음으로 도착해 보니 단체석을 ㄷ자로 배치하고 있기에, 흔치 않은 기회다 싶어 재빨리 대장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보았다. 한가운데에 한 번쯤 앉아 보고 싶었단 말이지.

대장 자리


저녁 시간에 맞춰 동진님, 상현님, 강명님, 까리용님(+위스키 1병), 상훈님, 경아님, 명비님, 나 여덟 명이, 약간 늦게 scifi님과 파란날개임이, 그리고 여덟 시 넘어 라슈펠님, 서늘님, 정훈님, 야니님이 오셨다.

그릭조이에 3층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오늘 듣자하니 얼마 전에 문을 열었단다. 2층이 캐주얼, 3층이 정식 분위기. 전채 세 가지와 메인, 디저트, 커피로 이어지는 코스만 있다.


빵. 계속 준다.

연어 샐러드. (연어를 가장한 토마토가 많다.)

단호박.


수블라키

메인:치킨스테이크

메인:양갈비

디저트: 그릴에 구운 바나나와 무화과

식사가 굉장히 늦게 나왔는데, 원래 그런지 오늘 유별났는지는 모르겠다. 다섯 시 반에 주문했는데 메인이 나온 시각은 여덟 시 이후. 그 사이에 빵을 잔뜩 먹었다. - 따뜻하고 말랑말랑해서 자꾸 손이 가더라. 빵 및 양갈비 등과 같이 먹을 올리브/가지/요거트 소스를 내어 오는데, 올리브 소스와 가지 소스가 무척 맛있었고, 메인도 기대 이상이었다. 요리에 곁들여 넣는 소스의 양이 조금 과한 감이 있고 후식으로 주는 커피가 헤이즐넛이라는 점이 아쉽지만, 그 외엔 가격대 성능비를 보아 만족할 만 하다. 서버들이 아르바이트라기보다는 직원 같은 안정감을 주어서 편했다.

근래에 소설작법과 창작을 처음부터 정식으로 배우기 위해 여러 모로 궁리하고 있었는데, 마침 [요즈음 직접 강의를 하시는] 경아님 옆 자리라 조언을 구할 수 있었다. 경아님의 조언은 경험자의 실용적인 노하우를 담고 있고 고민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 주기 때문에, 늘 굉장히 도움이 된다. 오늘도 '이것이 바로 연륜이구나!'하고 새삼스레 감탄했다.

정복/출판/번역/만화/영화/정치/술/음식 등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 화제도 제각각이었다. 아홉 시쯤 박근혜씨가 피습당했다는 연락이 받은 강명님이 먼저 나가셨고, 나머지 사람들도 아홉 시 반 쯤 일어나 장소를 옮겼다.(나는 귀가) 오랜만에 모여서 수다를 떠니 상쾌하고 신이 났다.

다음날(일요일) 새벽에는 독재국가인 프랑스가 배경인 꿈을 꾸었다. 아니, 엄밀히 말해 독재는 아니고, 혁명전쟁 중 공포정치 시대의 분위기에 우리나라 80년대의 문화와 기술이 결합된 프랑스였다. 비합리적인 법이 많고 사회는 불안했다. 잠에서 깬지 한 참 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비합리적인 법의 백미는 '거리에 오랑우탄을 세 시간 이상 풀어놓으면 안 된다'.

댓글 8개:

  1. 저것은...후광?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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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인원고정이 안되었던 것이 음식이 늦게 나온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 보다 늦게 온 팀은 바로 일사천리로 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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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nyxity님/ 인력 내지 시설 부족이 원인이었을 것 같아요. 우리와 거의 동시에 온 7인팀은 음식이 너무 늦게 나와서 메인을 아예 먹지 않고(못하고?) 돌아가던걸요. 늦게 온 팀이나 빨리 온 팀이나 거의 동시에 음식이 나왔으니 뒤에 온 팀일수록 빨리 받은 것 처럼 느껴지겠지요. 7인팀이 받지 않은 메인이 다른 테이블로 갔을 수도 있고요. (제가 대장 자리에서 다~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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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수블라끼! 그리스 음식이라 위에서 보고 아무 생각없이 스크롤 내렸는데, 수블라끼에서 갑자기 가슴이 철렁했어요.



    작년에 그리스 갔을 때 돈 없어서-_- 터키에서는 케밥만, 그리스에서는 수블라끼 피따만 죽도록 먹었는데 지나니 또 그리워지는군요. 수블라끼 피땅에 맥주 한 병이면 세상이 행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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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경험자의 실용적인 노하우를 담고 있고 고민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 주기 때문에, 늘 굉장히 도움이 되'는 소설 작법,

    저도 무지 얻어듣고 싶군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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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수블라끼가 그리스 음식이었군요... 전 그동안 수블라끼가 터키나 중동쪽 어디 음식이겠거니 하고 먹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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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어흙 다음에 가면 꼭 정식을 먹을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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