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6일 금요일

2006년 1월 6일 금요일

오전- 오후에는 화실에 있었다. 골이 파인 종이로 된 작은 판넬에 압구정 커피집 그림을 그렸는데, 종이의 질감에 익숙치 않아 어려웠다. 그 다음에는 8절에 하늘과 바다가 있는 시원스런 그림을 후딱 그리고, 여세를 몰아 수증기가 퐁퐁 솟아오르는 산에 도전했다. 그런데 이 산은 너무 어려워서 수업 마칠 때까지 다 못 그려, 결국 다음에 잠깐 들러 완성하기로 했다. 아쉽지만 화실 수업을 잠시 쉬었다가, 9월에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손이 굳지 않도록 낙서라도 많이 해야지.

다섯 시 반 쯤에 홍대 별다방에서 [해부학 개론을 보고 있던] 용진군을 만났다. 사람 머리 뼈는 스물두 개이고, 뼈 갯수를 셀 때 무릎뼈는 넣지 않는다고 한다. 본 뼈(?)가 아니라 일종의 부속품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퇴근한 동진님과 일곱 시쯤 만나 함께 삼청동 아따블르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아따블르의 식사는 여전히 맛있었다. 삼청동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에 테이블이 두 개(세 개?) 정도인 작은 프렌치 레스토랑이 새로 생겼다. 뭘 하는 곳인가 궁금했는데 아따블르에 명함이 있기에 읽어 보니, 프랑스 해산물 전문점이란다.


달팽이 크림라구와 구제르

토마토를 곁들인 새우 샐러드

수프

생선

과일 그라니테

양갈비스테이크

안심스테이크

디저트

나(권력자), 동진님(재력가), 용진군(피지배층, 일명 심부름꾼) 셋이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즐겁게 놀았다. 특히 동진님은 재력가 역할에 완전히 심취, 심부름꾼을 열심히 놀렸다. 나는 비록 권력자이긴 하나 성정이 온화하므로 그런 짖궃은 짓은 하지 않았다.(뻥)

식후에는 클럽 에스프레소에 갔다.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를 주문했는데, 원두 수급에 약간 문제가 있어 신선한 원두를 못 쓰고 있으니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 쪽 주문을 피해 달라더라. 마끼아또가 먹고 싶기도 하고, 별다방 커피도 마시는데 설마 그 정도겠지, 싶어 그냥 달라고 했다. 하지만 마시면서 조금 후회했다. (...)





용진군은 이 곳에서도 피지배층의 설움을 느꼈다. 내 수첩에 적힌 우리말 단어를 다함께 공부하고, 새 오천원 권을 처음 구경(?) 했다. 동진님의 마인드맵 독서 노트도 보았다. 일전에 동진님이 '마인드맵 독서술'이라는 책을 읽은 뒤부터 책이나 영화에 대한 감상을 마인드맵으로 정리하고 있다고 하셨었는데, 근래 홈페이지에 올리시는 책/영화 감상이 예전보다 좋아진 것 같아, 한 번 보여 주십사 부탁드렸었다. ('마인드맵 독서술'이란 책은 일본어로 쓰여 있어 직접 읽어 볼 수가 없었다.) 전통적인 마인드맵보다 자유기술에 가까운 방법이더라.

열한 시 십 분쯤 귀가했다. 종일 하도 열심히 놀아서 몹시 피곤했지만, 즐거웠다. 역시 권력이란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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