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 9일 목요일

2003년 1월 9일 목요일 : 반지의 제왕 2 '두 개의 탑'

인수오빠와 반지의 제왕2:두개의 탑을 보러 메가박스에 갔다. 다시 보아도 또 멋졌다. 앞으로 이 말을 몇 번이나 더 하게 될지.(웃음)

=== 이미도씨의 [명백한] 오역 ===

1) It's such a burden.: 파라미르가 반지를 탐내자 샘이 하는 말. 이미도씨는 '반지 운반자의 의무라고요' 비슷한 말을 사용했다. 정확히는 반지의 힘을 이기고 파괴하려고 하는 프로도의 task가 큰 짐이 된다는 의미이다. 의무와는 어감이 꽤 다르다.
2) Master looks after us.:마지막 장면에서 골룸/스미골의 대사. 주인님이 우리를 '찾고 있다'고 번역함. 원래는 스미골이 골룸에게 마스터(프로도)가 우리를 보호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사전적으로 넓게 보면 '찾고 있다'고 할 수는 있으나, 스미골이 늪 장면에서(스미골이 골룸을 쫓아낸(!)부분) 같은 문장을 명백히 보호의 의미로 사용했기 때문에 일관성 있는 번역을 위해서는 주인님이 돌보다, 혹은 지켜준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편이 정확하다. [하지만 이미도씨가 번역의 일관성 따위에 신경쓴 적이 있기나 했던가.]
3) understand~~another Frodo Baggins.: 대사 정확히 기억 안남. 파라미르가 프로도에게 (이미도씨의 주장에 따르면) 마침내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군요 어쩌고 하는 부분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understand가 아니라 another로, 반지의 힘에만 이끌리던 파라미르가 그 task의 어두운 면, 위험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쪽으로 번역해야 정확하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이미도씨의 (수많은)오역 중에서도 최악이라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그렇지 않아도 긴 줄거리를 3시간 안에 집어넣으며 많이 손상된 파라미르 부분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어먹어 버렸기 때문이다.
4) Ride out!: 세오렌 왕이 패배했다고 할 때 아라곤이 왕에게 하는 말이다. 맞서 싸우자 비슷하게 번역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게 할 경우 바로 뒷 장면에서 갑자기 요새 안에서 말을 타고 돌격하는 부분이 상당히 어색해진다. 여하튼 로한은 기마대 아니었던가.
5) 대사까먹음: 헬름 전투를 앞두고 아라곤이 왕에게 지원을 요청해 보라고 하자 왕이 아라곤의 옷(=_=)을 잡으면서 말하는 부분으로, 기댈 곳이 없다는 식으로 번역했으나 우리는 '인간+엘프+드워프로 이루어진 아라곤의 일행만큼' 운이 좋지 않다는 문장이다. 상황상 용서못할 오역은 아니지만 아라곤 일행의 다종족성(?)을 살리지 못한 것은 잘못이다.
6) ~~ know(n) better than that.: 역시 대사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엔트가 사루만이 파괴한 숲을 보고 분노하는 장면이다. 이미도씨가 '나무를 파괴하고도 무사할 줄 알았느냐'는 문장으로 옮긴 부분이다. 현명했어야 한다라든가 하는 표현으로 번역하는 편이 정확했겠다. 사루만은 한때 백색의 마법사로 숲을 소중히 여겼는데 그런 그가 이런 행동을 할 줄 몰랐다는 분노와 배신감, 실망을 담은 문장이다. 굳이 무사할 줄 알았느냐는둥 하는 표현을 쓰고 싶었다면 하다못해 '나무'가 아니라'숲'이라고 하는 편이 훨씬 좋았으리라. 여기에서 엔트는 단순히 나무의 죽음에 대해서가 아니라, (바로 그 앞의 문장에서 숲에 사는 동물들을 언급했던 것처럼) 자연 파괴 전체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이런 걸 써도 별로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 보면서 하나하나 세었는데 어째서 이 정도밖에 기억이 안 나느냔 말이다. 훨씬 많단 말이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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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수오빠 덕분에 영화는 아주 즐겁게 보았고, 영화를 보고 나서는 식사를 하고 헤어져서 압구정커피집에 가서 커피를 사 왔다. 오랜만에 탄자니아 드립커피를 마셨다. 동진님도 만났다. +_+

공부를 하겠답시고 외출을 않다 보니 점점 폐인이 되어간다. 사실 일요일에 이태원에 다녀온 이후, 월요일에 과외하러 잠시 나간 것을 제외하면 오늘까지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나는 어째서 이렇게 게으를 수 있는 걸까. 동네 슈퍼마켓도, 심지어 아파트 단지 우편함에도 가 보지 않고 방의 산소가 부족한 것 같으면 창문을 열고 앞에 앉았다가 추워지면 문을 닫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불편한 줄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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