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23일 토요일

2005년 4월 23일 토요일 :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

사진출처: maxmovie.com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루이스 부뉴엘의 1972년 작,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Le Charme discret de la bourgeoisie)'을 보았다. 약도를 보고 갔지만, 익숙한 길이 아니라서인지 위치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해 탑골공원 주위를 한 바퀴 뱅 돌았다. 찾고 보니 종로 3가역 5번 출구 바로 뒤였다. (나온 방향 반대쪽으로 걸어가야 한다.)

영화는 훌륭했다. 환상과 현실, 투박한 위선과 세련된 위선을 뒤섞은 매혹적인 영화였다. 특히 일견 노골적인 풍자를 위해 교묘하고 세심하게 마련한 작은 장치들 - 특히 의사 소통을 방해하는 소음, 카페의 연주곡 같은 음향과 빈 접시 나 장신구 같은 소품 - 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러닝타임 10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단지 상영 시간이 맞아서 보러 갔는데 정말로 재미있어서 참 기뻤다. 보면서 폭소를 터뜨릴 영화는 아니었지만, 인간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방식이, 뭐랄까, 보다 '근본적으로' 재미있었다. 몇 번이고 다시 볼 법한 영화. 검색해 보니 imdb 에 개봉 당시 포스터가 올라와 있다. 새머리 부르주아라니, 어마어마한 센스다! (낄낄)

영화를 본 후에는 어제 문을 연 반디앤루니스 종각점에 구경을 갔다. 코엑스 반디앤루니스와 마찬가지로 SF외서 코너가 잘 되어 있었다. 미디어 관련 소설이나 고전 SF 외에, 최근에 출판된 SF를 찾아볼 수 있는 서점이란 흔치 않으니까. (코엑스 반디앤루니스 외엔 지금껏 본 적이 없다.) 오늘도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얼마 전에 나온 도조와의 걸작선이라든지, 스티븐 벡스터의 MMPB 신작 같은 책이 제법 꽂혀 있었다. 맞은 편 책장은 만화 코너. 아쉽게도 구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배트맨 초기작이나 스타트렉 만화는 한 권도 없었다. 코엑스 반디에는 있으니 몇 권 들여올 법도 한데......아직 개점 초기라 그런지 정리는 덜 되어 있었다. 더글라스 아담스나 테리 프랫챗 같은 작가는 일반 소설 코너로 분류되어 있기도 했다.(설마 판매전략?;)

두리번 두리번 둘러보다가 배가 고파지자 집에 왔다. 참, 반디앤루니스 매장 정문 앞에서 하는 '신동진 밴드의 JAZZ 공연'도 잠깐 보았다.

댓글 4개:

  1. 앗 제이님, <부르주아의...> 보고 나오셨을 때 로비에 제가 앉아 있었을텐데... <화성의 아이>는 잘 진행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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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어엇? 아는 얼굴 있나 해서 은근히 두리번거렸는데.....상준님께서 계셨다니! 아쉽네요. MC는 아직 어찌될 지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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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훗, 그날 로비에서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감독하고 노닥거리다가 <부르주아...>보고 나온 다른 몇 분과 합석해서 인사동에 저녁 먹으러 갔는데, 거기서 제이님 홈피 얘기가 나왔답니다. 야롤님 홈피에도 오시는 아무개 영화기자님이 제이님 홈피의 멋진 음식 사진들에 감탄하면서 한동안 제이님 얘기거 오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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