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20일 수요일

2005년 4월 20일 수요일

기침이 떨어지지 않는다. 장소에 따라 쉴새없이 기침을 하거나 전혀 기침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감기도 아니다. 알러지일지도? 여하튼 내일 오전에는 병원에 가 보아야겠다.

월요일에는 외할머니께서 검사차 올라오셨다.

화요일 새벽 3시에는 귓가에서 앵앵거리던 모기를 클럽발코니 2005년 봄호로 때려잡았다.

화요일 자정께에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오늘 저녁에는 C님(초면), A님과 서울대입구 피자헛에서 식사를 했다. C님과의 약속이었는데, 뜻밖에 A님도 계셔 무척 반가웠다. 낯을 가리는 편이라 은근히 안심이 되기도 했다. 즐거워서 더 놀고 싶었으나 - 홍대 앞에서 다른 모임이 있었다 - 독서실로 돌아갔다. 사실 공부는 거의 하지 못했다.

하루 종일 앉아서 논문만 읽고 있을 수 있다면 좋겠다. 감명깊게 읽은 단편을 우리말로 옮겨 볼 여유 정도만 있어도 더 바랄 게 없겠다. 공부는 좋아한다. 새로운 것을 알 때마다 무척 즐겁다. 그러나 정해진 시험 날짜를 향해 달려가야 하는 수험은, 시간이나 체력보다도 여유를 흡수해 간다. 정명화 독주회나 서울 페스티발이나 교향악축제에 가고 싶다. 가나아트센터에서는 문신 10주기전을 한다. 문신은 내가 꽤 오래 살았던 경남 마산 출신 조각가로, 마산에는 90년대 중반에 세워진 문신미술관이 있다. 갓 개관했을 때 찾은 미술관에는, 닭인지 꿩인지가 뒷뜰 - 앞뜰이었을지도 - 을 꽥꽥대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산은 필요와 상황에 따라 중구난방 임기응변식으로 확장된 어수선한 도시로, 건물 색은 단조롭고 간판은 난잡했다. 그럼에도 마산시청 앞을 비롯, 도시 곳곳에 '세계적 조작가 문신'의 작품이 세워져 있다는 이유로 도시미관인지 도시예술인지 순위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곤 했다. 문신미술관은 내가 마산에서 가장 좋아한 장소 두 곳 중 하나이다.

마산에는 문신의 작품이 아닌 조각상도 있었다. 4.19의거 기념조각이었다. 나는 매립지에 살았다. 데모하던 학생이 눈에 최루탄 조각이 박힌 시체로 떠올랐던 그 바다 앞에 살았다. (아니, 그 위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계단 왼쪽 벽에는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이승복 어린이에 대한 게시물이 걸려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4월 20일. 무책임한 감상을 늘어놓기에는 하루 늦었다.

댓글 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