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1일 목요일

2008년 12월 11일 목요일

[언어철학] 기말고사를 쳤다. 이제 시험은 끝났고 [서양중세철학], [형이상학], [언어철학] 기말보고서만 남았다.

[언어철학] 시험은 시험 일 주일 전에 미리 공개된 '스터디 문제' 중 네 문제가 출제되는 형식으로 치러진다. 실제 기말에는 출제되지 않은 이번 스터디 문제 하나.
7. 오스틴(Austin)의 How to Do Things with Words에 따르면 우리는 하나의 발화를 통해 동시에 다양한 언화행위(speech acts)들을 수행할 수 있다. 아래의 가상적 상황에서 철수가 자신의 발화를 통해 어떠한 언화행위들을 수행하였고 왜 그 행위들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는지 논하시오.

 12월 어느 날 저녁, 언어철학 기말고사를 마친 철수는 친구 영희와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고 있었다. 기말고사는 어려웠다. 철수는 네 문제 중 한 문제에 대해서만 제대로 답을 쓸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건만. . . ’

철수는 허탈감을 느꼈다. 우울하기도 하였다.

‘나는 철학적 재능이 없는 것일까. 평생 동안 철학을 공부하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

한편, 영희 또한 우울함에 빠져 있었다. 그는 철수를 좋아하고 있었다. 철수도 영희를 좋아했다. 그러나 철수는 영희보다 철학 공부를 더 좋아하는 듯 했다. 심지어 그는 영희에게 철학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는 말을 한 적도 있었다. 오늘 저녁은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두 사람만의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철수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을 뿐, 영희에게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았다.

‘철수에게 나는 무엇일까.’

영희는 생각했다.

‘이런 기분 정말 싫어.’

철수와 영희는 말 없이 20분 정도를 걸었다. 앞에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가 보였다. 두 사람은 횡단보도 앞에 멈추었다. 갑자기 철수가 고개를 돌려 영희에게 말했다.

“나, 앞으로 다시는 철학 공부 하지 않을 거야.”

영희는 놀라고 당황스러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철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강진호 선생님은 이 이야기를 앞으로 언어철학 기말고사 때 마다 조금씩 이어 써 볼까 생각 중이시라고 한다. ([언어철학]은 올해 처음 개설되었다) 철수와 영희의 뒷이야기가 궁금하니 강진호 선생님의 수업 카페에서 탈퇴하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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