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22일 토요일

2006년 4월 22일 토요일 : 우디 알렌 특선 - 스타더스트 메모리

필름포럼의 우디 알렌 특선전 '우디가 말하는 알렌(Woody on Allen)'에서 우디 알렌의 1980년 작 '스타더스트 메모리(Stardust Memories, 1980, B&W, 91m)'를 봤다. 우디 알렌도 드디어 '전' 을 하는구나. 우디 알렌의 90년대 이전 작품은 전혀 보지 못했던 터라, 마침내 특선전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꽤 기뻤다. 예전에 사망하거나 작품 활동을 중단한 감독들의 영화는 DVD나 비디오를 애써 구해 보기도 하는데, 오히려 아직 살아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동시대 감독들의 영화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다. 스크린으로 볼 기회가 많이 남아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인지, '개봉'하는 신작들로 배가 불러서인지 느긋해 진다. (그렇다고 개봉할 때 보러 가느냐 하면, 이 경우에는 '이번에 못 봐도 특별전이라든지, 뭔가 또 하겠지.' 하고 늑장 부리는 사이에 종영하기 일쑤이다.)

그래서 '스타더스트 메모리즈'의 첫 장면에서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펠리니나 패러디에 대한 것이 아니라 '헉, 우디 알렌이 저렇게 젊다니!' 였다. 관객은 딱 필름포럼 특선전 정도로 들어온 것 같았는데, 다들 즐겁게 웃으면서 보아서 좋았다. 우디 알렌 영화를 보면서 웃고 있자면, 내가 이 감독의 감각에 맞춰 웃고 있다는 사실이 우스워진다. 그래도 우디 알렌의 유머에 들에 있는 정말이지 순진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시니시즘에는, 자학적으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를 본 다음에는 카페 뎀셀브즈에서 용진군과 만났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단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많이 들었다.

J: 와, 정말 재미있다. 그냥 이렇게 말로 하지 말고 글로 써 둬. 그러면 나중에 다시 보면서 또 즐거울 수 있잖아.
Y: 으흠. (조금 혹하는 듯 함.)
J: 제목은 'XX의대 귀염둥이 용진군의 본과일기'로 하는 거야. 아니, 아예 블로그에 올리는 게 낫겠다. 그럼 내가 잘 갈무리해서 인쇄해 뒀다가, 나중에 너 결혼할 때 신부한테 선물로 줄게. "이걸 읽어 보면 남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하고.
Y: ......그렇게 더 잘 이해할 필요는 없는데요. OTL

늦게 만난 터라 차만 한 잔 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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