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7일 토요일

2004년 2월 7일 토요일

SF팬덤 산하 지구정복 비밀결사 모임(뻥)이었다. 이번에는 까리용박사님도 멀리서 오셨다. (박사 축하합니다.) 야롤님, 아스님, 나는그네님, 인수오빠, 에라오빠, 제이드님, 상준님이 압구정에 있는 일식집 에 모였다. 루크님 커플(!)을 볼 기대에 부풀었으나 아쉽게도 두 분 다 안 오셔서 몹시 낙심했다. 하지만 3월에 신접살림 구경 가기로 했으니 그때까지 기다려야지. 최근 지인이나 친척이 여럿 결혼했고, 본래 결혼이 새삼스레 호들갑 떨 소식은 아니지만, 루크님의 결혼이란 눈 앞에서 보기 전에는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 사건이라서 말이야.

경수사는 몇 번이고 다시 찾을 만큼 탁월하지는 않아도 기본에 충실하고 제값을 하는 집이었다. 어패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오랜만에 맛있게 잘 먹었다. 특히 초밥이 괜찮았고 메로구이도 이만하면 훌륭하다. 다만, 맨 마지막에 나온 우동(?)은 정식의 분위기로 보나 맛으로 보나 양으로 보나 왜 나왔는지 모르겠더라. 식사 나오는 속도가 너무 빨랐던 점도 아쉽고.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얼마 전 '서연이 아빠'가 되신 상준님의 "확산 그만하고, 이제 그만 수축해"였다. 처음에는 한약에 들어간 스테로이드에 대해 말씀하시던 야롤님이 고구마인지 감자인지 덩쿨까지 새어나가 버리시자 던진 저 멘트! 상준님의 감각에 감동하여 박수까지 쳤다. 음....대단...... (물론 이 유머의 핵심은 야롤님이 쿼런틴을 번역한 당사자란 점이다.)

참, 인수오빠가 시험 잘 치라고 초컬릿을 주셨다. 잇힝.



























식사 후엔 플라스틱에 가서 차를 마셨다. 아홉 명이나 되니 테이블마다 화제가 달라져 정신이 없었다. 인수오빠는 SF관련 웹사이트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웹진과 커뮤니티의 중간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 듯. 상준님께서 동물 발자국이 그려진 손수건을 보여주셨다. 희한하게도 동물 전체 사진을 보는 것보다 현실감이 느껴졌다. 재조립해 놓은 공룡 뼈 전시물보다 공룡 발자국 화석이 더 강렬하게 다가올 때처럼, 어쩐지 묘한 기분.







압구정역에서 팬덤 분들과 헤어지고 승민오빠를 만났다. 프린세스 호텔 1층의 제과점 본 누벨에 가서 초컬릿을 몇 개 골랐다. 전시해 놓은 초컬릿을 보니 무척 행복해졌다. 맛있는 초컬릿! 사랑해요!
티뮤지엄에 초컬릿을 가져가서 홍차와 함께 시식해 보았다. 음......너무 달아! 달고 부드러운 초컬릿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칭찬할 만한 깔끔한 맛이었으나, 나는 진한 초컬릿을 좋아하는 편이라 조금 미련이 남았다. 그래도 누가 초컬릿 살 곳을 찾는다면 기꺼이 추천. 승민오빠께 이벤트 당첨 선물을 드리고 함께 다기 구경을 하거나 이야기를 하며 어슬렁 어슬렁 쉬었다. 전시해 놓은 홍차/우롱차/허브차도 다 열어보았다. 하하. 내가 마신 차는 '파이브오클락Five o' clock'.



그리고 동진님께 연락해 보니 근처에 계셔서, 매드포갈릭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마늘을 좋아하여 예전부터 가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마늘을 재료로 쓴다는 장점을 빼고 보면 그냥 어수선한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다. 볶음밥은 지극히 평범한데다 밥알이 너무 단단했다. 맛있게 꼬들꼬들한 밥이 아니라 심이 서서 단단한 밥맛이 났다. 하지만 피자는 맛있어! 꿀을 함께 내놓은 것도 좋은 아이디어네. 다음에 집에서도 이렇게 먹어봐야겠다.









여기까지 왔으니 다음 코스는 물론 압구정 커피집. 포토넷의 참꼴님(동진님 친구분)과 우연히 만났다. 바에 앉아 열심히 작업중이셨다. 동진님이 가져오신 고양이 사진집을 보며 참꼴님과 커피집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사실 나는 요즈음 음식 사진에 자신이 붙어 마음 속으로 잘난 척을 하고 있었는데, 참꼴님과 동진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사진 공부를 많이 하지도, 사진을 많이 찍지도 않았으면서 너무 쉽게 우쭐거렸다는 생각이 들어 얼굴이 화끈거렸다. 무슨 일이든 충분히 진지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취미니까', '그냥 해 보는 거니까', '아르바이트니까', '내년에 또 있으니까' 같은 이유로 부족함이 아닌 불성실함까지 덮을 수는 없다. 사진을 잘 찍지 못하는 것은 부끄럽지 않다. 하지만 아직 배울 것, 공부할 것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을 잊어버린 것은 반성해야지.

바쁘고 즐거운 하루였다. 너무 신나게 놀아버렸기 때문인지 8일,9일에는 가벼운 몸살기로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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