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11일 토요일

2005년 6월 11일 토요일 : [잡기] 개구리

시간은 대체로, 자는 사이에 흘러간다.

나는 꿈에서 초록색 개구리를 따라 개울을 건넜다. 이끼 낀 돌 위에 앉은 개구리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지만, 내 덩치는 어쩡쩡하게 몸을 굽혀도 누구 눈에나 띌 정도는 되었다. 나는 개울 끄트머리에 서서 손바닥만한 개구리 두 마리를 바라보며, 그 보호색을 조금 부러워했다. 마음 속의 다른 목소리가, 개구리를 부러워했다는 건 비밀이야, 라고 속삭였다. 꿈에서 개구리를 본 사람들은 절대 그 사실을 말해선 안 된다. 개구리가 (어떤 색이든 간에) 보호색을 띄고 있었다면 더욱 그렇다. 개구리는 비밀이다. 아주 옛날, 어떤 개구리가 인간 남자의 몸을 뒤집어 썼다가 연못가에서 펑 하고 터져버린 다음부터, 혹은 깜박 잊고 인간의 가죽을 벗지 않은 채 오랜 친구 파리와 정다운 키스를 나누다가 처참하게 살해당한 다음부터, 개구리들은 현실에서 빠져나와 전설로, 이야기로, 꿈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중세의 현실에서 도망친 개구리들은 사람들의 뇌 속에 산다. 그래, 내 말은 비유가 아니다. 모든 사람의 뇌 속 축색돌기 끄트머리에는 사실 작은 개구리가 살고 있다. 지상에 남아 있는 모든 개구리는 가짜거나, 사람들 속으로 숨어든 개구리가 만들어낸 허상이다. 물렁한 진홍빛 보호색에 싫증 날 때면, 진짜 개구리들은 슬그머니 혀를 내밀고, 시냅스 사이의 전하를 혀 끝으로 감싸쥐고 인간의 꿈에 파고든다. 그러면 인간은 꿈 속에서 초록색, 금색, 빨간색, 혹은 검은색 개구리를 만난다. 개구리의 과거에 기생하여, 기억할 리 없는 아득한 과거의 개울에서 물장구를 치고 콧등에서 앵앵대는 날벌레를 손 끝으로 쳐내고 이끼로 미끄러운 징검다리를 조심스레 건넌다. 그리고 건너기 전과 다름이 없는 맞은 편 개울가에 서서, 발치에 납작 엎드린 개구리를 내려다보며 대체 꿈에 개구리가 왜 나온 걸까 의아해하다, 마치 림보에서 돌아오듯이 천천히 잠에서 깬다. 개구리가 도로 뱉어낸 축축한 전자와 체액들은 핏줄을 타고, 심장을 거쳐, 온 몸으로 퍼져나가며 외친다. 이건 비밀이야. 개구리는 꿈 속에 살지.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돼.

알리면 어떻게 되는데? 나는 꿈 속에 한쪽 발을 조심스레 담근 채 눈을 감고, 눈꺼풀 속에 잔상처럼 흔들리는 개구리에게 묻는다.

초록색 개구리가 금색 방울로 부서지며 말한다. 말하면, 시간이 흘러가 버려. 경험은 구멍난 기억이, 꿈은 희미한 상상이, 그리고, 너의 일상은 현실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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