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5일 화요일

2007년 12월 25일 화요일

아침에 강남역 앞에서 전션을 만났다. 휴일 이른 시간에 갔더니 드넓은 커피빈 금연석 전체에 손님이 나와 전션 둘 뿐이라 좋았다. 전션은 고비를 넘기고 새 직장에 안착해서 열심히 지내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야근이 많은 직종이라 늘 바쁜 점은 이직하고도 여전해서, 일 주일 내내 야근할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럴 때는 한밤중에 집에 가서 잠깐 자고 나와서 다시 일한다는 느낌이지. 그런데 계속 일하고 있으면 다른 하는 게 없으니까 딴 생각이 안 들어서 편해. 오히려 힘들지 않아." 라고 평화로운 표정으로 말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친구 입장에서는 스물다섯 살에 해탈하지 말아줘....라는 기분이 든다.

집에 돌아와서는 이부자리를 햇볕에 널어 털었다. 힘에 부칠 줄 알았는데 작은 먼지들이 쉽게 떨어져서 기분이 좋았다. 이불이 겨울 바람을 맞는 사이에 바닥에 놓여 있던 책들을 정리해 책장에 꽂았다. 종이가방들을 접어 차곡차곡 겹쳐 넣고 분리수거를 했다. 걸레로 바닥을 구석구석 닦은 다음, 대야에 세제를 풀어 걸레를 담궈 두었다. 책상 앞에 실리콘 걸이를 단단히 눌러 붙이고 화이트보드를 걸었다. 설거지를 했다. 걸레를 빨았다. 한결 보송해진 이불을 가져와 토닥토닥 깔았다. 카푸치노를 한 잔 탔다. 서늘해진 이부자리 위에 앉아 창 밖을 가만히 바라보며 바크초컬릿을 곁들여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모르는 새 냉장고 냉각판에 두껍게 앉았던 성에를 녹여 떼냈다. 파직거리며 떨어져 내린 손바닥만한 도톰한 얼음판들을 하얀 세숫대야에 던져 넣었다.

댓글 1개:

  1. 글을 참 잘 쓰십니다.이런 건조한 촌평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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