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30일 목요일

2006년 3월 30일 목요일 : 좋아좋아

어머니께서 오렌지를 한 상자 사 오셨다. 거실에서 인터넷을 하고 있는 어머니 옆에 앉아 오렌지를 먹으며, 신이 나서 노래를 불렀다.

J: '오렌지가 좋아~오렌지가 좋아~나-는야 오렌지가 좋아!'
M: 그거 딸기 노래네. 딸기가 더 어울리는 것 같아.
J: 네. '딸기가 좋아~딸기가 좋아~!' 이건 사실 '좋아송' 이에요.
(오물오물) 엄마가 좋아~엄마가 좋아~
M: 엄마는 오렌지랑 딸기 급이지이-
J: 에헤헤.

좋아송을 불러 봅시다

2006년 3월 26일 일요일

2006년 3월 26일 일요일





전션과 투썸플레이스 홍대점에서 만나 차를 마셨다. 오후 두 시에 만났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카페 안이 한산해서 기분 좋았다. 생일에 달리 못 챙겨 줘서 미안하다며 전션이 맛있는 케익을 사 주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까망베르 치즈케익과 초코무스롤, 애플민트 치즈케익을 골라 신나게 냠냠 먹었다.

전션은 오전에 토익 시험을 치고 왔다. 시험장 근처에 롯데월드가 있었는데, 지하철 역이며 길에 사람이 하도 많아 깜짝 놀랐다는 얘길 하더라. 네 시 반 쯤 일어나 전션은 강남역으로 갔고, 나는 [달리 새로 나온 신간이 없는 줄은 알았지만 -요즈음 나의 낙은 매일 밤 toonk.com에서 '내일의 신간' 코너를 확인하는 일이다.-] 홍대 한양문고에 들러 책 구경 좀 하다가 귀가했다.

2006년 3월 23일 목요일

2006년 3월 23일 목요일

상준님, 경아님과 녹두에 있는 일식집 진마구로에서 점심을, 레드망고에서 후식을 먹었다. 상준님이 요즈음 진행 중이신 프로젝트에 대해 재미있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출장지에서 사뮤엘 딜레이니 사인본을 정가에 구하셨다고 해서 부러웠다.

2006년 3월 11일 토요일

2006년 3월 11일 토요일 : 키에슬롭스키 특별전 -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3월 첫째주에는 몸살과 마감과 오전 수업으로 고생했다. '악몽 같은 한 주' 로 정리할 수 있겠다. 새벽 여섯 시 반에 일어나 한 시 반에 자며 읽고 쓰고 읽고 코 풀고 쓰고 읽고 약 먹고 쓰고 읽고 프린트 하고 쓰고 읽고 코 풀고 쓰고를 반복했다. 일 주일이 아니라 한 달이 지난 것 같다. 내가 게으게으한 탓에 그리 되었으니, 뻔뻔하게 하소연할 입장도 아니지만.

어쨌든 토요일인 11일에는 동진님을 만나 세종문화회관 근처에 있는 스키야키 전문점 '일품당' 에서 저녁을 먹고, 생일 선물로 멋진 사진첩을 받았다. 식후에는 베스킨 라빈스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 아이스크림 퐁듀를 먹어 보려고 했는데, 메뉴에 없었다. -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키에슬롭스키(Kieslowski) 감독의 1991년 작, 베로니카의 이중생활(La Double vie de Véronique)을 보았다. 영화는 아름다웠다. - 특히 온화한 톤의 영상과 멍멍한 음악이 인상깊었다. - 그리고 섬뜩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는데,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 더 무섭다. 흔한 얘기지만 피노키오와 창조의 모티프도 떠올랐고......

집에 들어와서는 케익을 먹고 쿨쿨 잤다. 일어나 보니 일요일 오전 열 시. 아직도 졸립다.

2006년 2월 26일 일요일

2006년 2월 26일 일요일

점심 즈음 카페 이마(cafe ima)에서 지구정복비밀결사 2006년 신년회를 했다. 고양이님, 동진님, 나 셋이 먼저 도착해 점심을 먹었다. 후식으로 주문한 아이스크림 와플이 나올 즈음 luke님이 오셨고, 버스를 잘못 타 고생하셨다는 야롤님이 예정 시각을 훨씬 넘겨 도착하셨다. 어제 [아스트랄한 문제가 나오는] 시험을 치신 고양이님 얘기를 듣고 몇 가지 책과 영화도 추천 받았다. 고양이님께서 얼마 전에 유종호 선생님 퇴임 강연 얘길 하셨는데, 오늘 대화 하던 중에야 그 분이 시 관련서도 쓰신 평론가 유종호 님임을 기억해 냈다. 며칠만 더 일찍 생각해 냈더라면 [외부인 참석이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살금살금 강연장에 가 봤을 텐데, 줄곧 '어디서 본 이름인데......고양이님에게서 들었던가?'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내 책장에서 봤던 거였다니. (- _)

동진님께 빌려 드리려 호에로펜 전권을 가져가서, 셋(나중엔 넷)이서 수다 떨다 만화 보다 했다. 카페 이마는 놀랄 만큼 혼잡했는데 -아이들이 뛰어다녔다!- , 동진님 말씀에 따르면 청계천이 생긴 다음부터 이리 되었단다.

야롤님이 오신 후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적지 방향이 비슷한 나와 고양이님은 함께 신촌/홍대 쪽으로 갔다. 연대 후문(?)으로 처음 들어가 보았는데, 뜻밖에 굉장히 '산'이란 느낌이었다. 지금은 아직 황량해 보였지만, 큰 나무가 많고 곳곳에 풀숲도 있어 봄/여름이 되면 산책에 제격이겠더라.

티타임 즈음에 아란양과 만나 홍대 앞 카페 '인클라우드'에서 치즈케익과 핫케이크를 곁들여 차를 마셨다. 차 한 잔 마시고 헤어질 요량이었으나 이야기를 하다 보니 흥이 나서 '카오산'에 가서 저녁 식사까지 하고, 그 뒤로도 한참을 더 앉아 있다가 헤어졌다. 내가 생각해도 놀라울 만큼 말을 많이 했는데, 시험 이후 줄곧 미묘한 각성 상태였다가 같은 고시생, 그 중에서도 좋아하는 아란양을 만나 비로소 긴장이 풀어진 탓이 아니었나 싶다.

어제까지만 해도 봄이었는데, 오늘은 바람이 몹시 찼다. 내일은 월요일이다.

2006년 2월 25일 토요일

2006년 2월 25일 토요일 : 느리게 변하는 나이

겨울 초입부터 가벼운 무력감에 시달려 왔다.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어요 모드 상시 온 상태이던 내가 '이렇게 살다가 죽겠지......그럼 육십 년 뒤든 내일이든 상관 없잖아.' 따위 생각까지 했으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별일이 나지도 않았는데, 멀쩡하게 일어나서 종일 공부 하고, 밤에 원고 하고, 심지어 기획서까지 쓴 다음 잠자리에 들어 문을 잠그고 훌쩍이기도 했다. 일시적인 우울함을 넘어서는 것일지 모르니 차라리 빨리 상담소를 찾아가 볼까 생각하기 시작할 즈음, 내가 조금 이상해 진 것을 눈치챈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조급해 하지 않아도 괜찮아. 앞으로도 네겐 중요한 변화가 많이 찾아오겠지. 지금까지처럼 보이는 변화가 아닌 것 뿐이야. 이제 느리게 변하는 나이가 된 거야."

지금까지 나는 항상 특별했고 일상은 늘 새로웠다. 환경은 지루할 새 없이 바뀌었고, 성장 과정 하나 하나는 눈에 보이는 변화로 채워져 있었다. 내가 최근 느끼던 따분함은, 이제 '보이는 변화'가 더 이상 자주 찾아오지 않는 시기에 들어서면서 느낀, 말하자면 속도 조절 과정에 따른 위화감이었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이상을 가진 어린이는 반짝반짝 빛을 낸다. 어머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좁은 창 사이로 밖을 내다보고 있는 상태'다. 창 안에 서 있는 아이는 좁다랗게 보이는 분명한 이상의 세계를 눈으로 좇을 수 있다. 이미 창 밖에 있는 어른들의 눈에, 좁은 창 사이로 환한 빛을 받고 선 아이는 특별해 보인다. 나이듦은 그 창을 여는 것과 같다. 빛을 받고 있는 사람이 나 하나만이 아님을, 세상은 창 사이로 보이던 길쭉하고 가느다란 풍경이 아님을 깨달아 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람은 평범해진다.

얼마 전부터 나는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 온 유년기의 고민과 학창 시절의 상처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내가 정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공포, 누구에게도 고민을 터놓지 못할 때의 막막함, 그리고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 주지 않을 때의 외로움, 순정 만화에 흔히 나오는 장면처럼, 화장실 칸 안에서, 밖에서 나에 대해 말하는 내가 모르는 아이들이 어서 교실에 들어가 주길 바라고 섰을 때의 아찔함, 이불을 뒤집어 쓰고 나는 남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 되겠어, 지금 이 마음을 잊지 않고 기억해서, 죽을 각오로 살아서, 나중에 나 같은 사람을 만나면 손을 내밀어 주겠어 - 하고 되뇌고 또 되뇌었던 많은 밤들에 대해 울지도 흥분하지도 않고 말할 수 있다. 상처가 서서히 아물고 줄곧 가려웠던 딱지가 떨어져 기억을 부르는 희미한 흉터만 남았고, 그 순간 '이제 끝났다. 이제 정말로 괜찮다'는 느낌이 너무나 분명하게 찾아왔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 눈에 보이지 않는 성장. 나만 몰래 빛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에 따르는 숨길 수 없는 아쉬움과, 보이지 않는 곳에 다른 사람들이 제각기 갖고 있는 비범함을 알아보기 시작할 때의 짜릿함. 현실적인 고민을 시작한 것이 이상을 상실해서가 아니라 창을 더 넓게 열고 역시 빛을 받고 있는 세상의 나머지 부분을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어렴풋한 이해.

일상을 놀라게 할 때의 통쾌함은 앞으로 점점 더 느끼기 어려우리라. 이 평범한 현실을 조금씩 받아들이며, 스물셋, 나는 느리게 변하는 나이에 접어들고 있다.

2006년 2월 24일 금요일

2006년 2월 24일 금요일

졸업식 날이라 학교에 갔다. 올해 졸업하는 동기들은 물론이고, 아직 학기가 남은 동기/선배들도 여럿 만나 반갑고 즐거웠다. 역시 올해 졸업인 혜수 언니를 못 찾아 아쉬웠지만, 그래도 어제 휴학계 내러 간 길에 우연히 뵙긴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랄까나. 사진을 많이 찍었으나, 내 카메라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나중에 몇 장이나 받을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다. 동기들의 부모님들도 오셨는데, 경훈 아버님이 경훈이와 정말 닮은 - 정확히 하자면 경훈이가 아버님을 닮은 것이지만 - '로맨스 그레이'셔서, "경훈이도 나이 들면 저렇게 되는 거야?(두근두근)" 하고 감탄했다. 졸업생들, 가족들, 재학생들로 학교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졸업 앨범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무거워 들고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아 독서실 의자 밑 - 사물함에 안 들어가더라 - 에 살짝 넣어 두고 왔다. 내일 집에 가져와야지.

저녁에는 파이낸스 센터 지하 1층에 있는 지중해 요리 전문점 '라 보테가(La Bottega)' 에서 지구정복비밀결사 2005년 송년회를 했다. 오랜만이라서인지 많이들 오셨다. 참석자는 yarol님, 동진님, as님, 파란날개님, cosmo님, kyoko님(와인협찬), rashper님, 서늘님, 에라오빠와 scifi님, 누리님(와인협찬). 바로 옆 건물에서 근무하는 강명님은 이번에 내신 책만 나눠 주고(고맙습니다) 다시 일 하러; 가셨다.

'라 보테가'에서는 부야베스와 빠에야를 먹었다. 부야베스와 빠에야는 각각 해물탕과 철판 볶음밥 비스무레한 스페인 해물 요리다. 빠에야를 먹으러 가자고 몇 년 동안 야롤님과 말만 하고 있었는데, - 같이 가기로 했던 압구정의 스페니쉬 레스토랑은 그 사이에 문을 닫았다.; - 오늘 마침내 미션 하나 클리어 실제로 먹었다.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 내 입맞에 기대 이상으로 잘 맞았다. 초코무스로 식사를 끝낸 다음, 늦게 오신 scifi님과 누리님을 위해 주문한 빠에야를 또 먹었을 정도다.


부야베스

빠에야

티라미수

초코무스

요리 전문가이신 kyoko님 덕분에 먹고 있는 음식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어 좋았다. 뒤에 오신 누리님은 소뮬리에시란다. 이 두 분만 오시면 지정사는 천하무적겠소이다.

그동안의 지정사 활동상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피라미드식 활동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지정사 용어집'을 만들자는 얘기도 나왔다. 만들어서 유료 판매하는 건 어떨까나......(망상 돌입)

용어집에 들어갈 단어 중 '제이 모드' 라는 말이 있다. 창안자는 상훈님.
a님: '제이모드'란 말을 듣더니 sh가 밥만 먹고 집에 가는 거 아니냐더군요.
n님: 제이모드면 밥만 먹는 게 아니라 밥하고 디저트까지 먹고 가는 거 아닌가?
y님: 그게 아니라, 짧은 시간에 밥과 술을 와구와구 먹으며 압축적으로 노는 게 제이모드라니까.
j: ...... 제이모드의 권위자로서 단언하는데, 그건 아닙니다. 아니에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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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때문에 아직 고생 중이신 상준님이 다른 일로 먼저 일어나시고, 나와 종인님, 동진님은 열 시 십 분쯤 나왔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반가운 얼굴도 많이 본,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