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7일 금요일

2006년 7월 7일 금요일

아스님과 제니스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랜만에 간 제니스는 굉장히 혼잡했다. 점심 시간을 살짝 피할 요량으로 일부러 한 시에 약속을 잡았는데, 삼십 분 정도 기다려서야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오후 두 시가 지나서도 대기자가 계속 들어왔다. 마르게리따 샌드위치를, (계획에 없던) 후식으로 카푸치노와 티라미수를 먹었다.









실내가 한산해질 때까지 이야기를 하다 하겐다즈로 이동, 오늘의 메인(?)인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초콜릿, 라즈베리 셔벳, 레몬 셔벳. 재미있는 이야기를 잔뜩 들으며 신나게 놀고, [십이국기] 6~8권과 [저녁뜸의 거리]를 빌렸다.



저녁 때가 다 되어서 헤어져 귀가, 집에 와서 [십이국기] 세 권을 보고 나니 열 시가 넘었다. 어제 읽다 만 [Talk]를 보며 토마토를 먹다생각해 보니, 아뿔싸, 실습 관련 문서를 오늘까지 올려야 했잖아! 마감 닥쳐서 준비하면 시간에 쫓겨 소홀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6월 초순에 미리 파일을 만들어 뒀었는데, 어디 저장했는지 기억이 안 나서 그냥 새로 썼다. -_-; 찾는 것보다 같은 글을 두 번 쓰는 쪽이 빠르겠더라.

요즈음은 너무 바빠서 할 일을 자꾸 잊어버린다. 할 일 메모를 쓰다 말고 뭘 쓰려고 했는지 잊기 일쑤고, 그나마 메모한 쪽지를 어디 뒀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생각해 보니 아까 토마토를 먹으면서 [Talk]를 읽지 말고, 오늘 오전에 검토하던 책을 마저 봤어야 했다. [십이국기] 7권을 읽을 때 까지는 '[십이국기] 다 읽고 검토할 책을 보고, 토요일에 [현대소설작법]을, 일요일 외출 하는 길에 [Talk]를 읽고......(후략)'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8권 보다가 까먹었다. 그거 검토서도 마감은 없지만 이번 주말까지는 보내야 할 텐데. 그리고 주말부터 써야 하는 글이 하나 더 있지.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맞아, 내일은 독일어 단어장 만들고 노트 정리하기로 했지. 토요일에 단어장을 만들어야 일요일에 지하철에서 외울 수 있으니까 절대 잊지 말자. 학교 근처까지 가니까 [SNULT Deutsch]와 [현대문학 7월호] 사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그새 잊어버렸다. [수퍼맨 리턴즈]도 상영 끝나기 전에 봐야 하고, 일요일에 EIDF예약녹화 설정, 그러고 보니 내일부터 더글러스 서크(Douglas Sirk) 회고전이네. 한 편 정도는 볼 수 있으려나. 18일까지 실습일정 확인, 20일까지 거울 기획원고. 또 뭔가 잊은 게 있는 듯 하지만 일단 천천히 생각하자.

2006년 7월 6일 목요일

2006년 7월 6일 목요일 : 엑스맨 3

B사에 가서 점심으로 칼국수를 먹고 계약서를 썼다. 원래는 곧장 신촌에 가서 [엑스맨 3(X-men 3)]을 보려고 했으나 깜박 잊고 카드를 안 가져간 데다 상영 시간과 일정이 약간 어긋나서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 다섯 시 쯤 다시 외출, 아우님과 아트레온에서 만나 [엑스맨 3]을 보았다.

이하 스포일러


영화를 보고 나오니 비가 많이 오고 있었다. 설마 하는 마음에 우산을 가지고 나가지 않았던 터라,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아우님과 KFC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다 먹고 나서도 계속 비가 오고 있어서 그냥 아우님의 양산을 함께 쓰고 신촌 역까지 가서 지하철을 탔다. 아버지가 커다란 우산을 들고 집 앞 역에 마중 나와 주셨는데, 그새 비가 잦아들었더라.

2006년 7월 4일 화요일

2006년 7월 4일 화요일

오전에는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와 관련된 도서 목록을 찾아 인쇄해 놓은 다음 청소를 했다. 오후에 낮잠을 두어 시간 잔 후 일어나 오전에 찾아 둔 목록을 살펴보고 검토할 만한 책을 몇 권 고른 다음, Star Trek 에피소드를 세 편 보았다.

내가 VOY 초기 에피소드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인 [Non Sequitur(2x05)]와, TNG 시즌 7의 두 편 짜리 에피소드 [Gambit(7x04,05)]. 지금은 [Gambit]의 다음 편인 [Phantams(7x06)]를 보며(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Non Sequiter]는 Harry Kim이, 자신이 보이저 대원 선발에 탈락하여 우주선 설계자가 되어 있는 다른 현실(reality)로 가서 헤어진 애인을 다시 만나고 이런 저런 일을 겪은 후, 껄렁껄렁하게 살고 있던 Tom Paris의 도움을 받아 본래 현실로 돌아가는 이야기이다. 이 에피소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1) Harry의 애인이 나온다. (2) 껄렁껄렁한 Tom이 나온다. (3) 지구가 나온다. (4) Harry가 멋있다. (번호는 무순)
이다.

[Gambit]은 실종된 피카드(Picard)함장님의 흔적을 찾아 온 엔터프라이즈 대원들이 피카드 함장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데서 시작한다. 분노한 부함장은 살인자들을 찾아나섰다가 덩달아 납치(...)되고 마는데, 그 밀수선에서 밀수꾼인 척 하고 있는 함장님을 만난다. 데이터(Data)의 팬들을 위한 에피소드라고 할 만치 함장 대리로 일하게 된 데이터의 활약이 대단하고 - 카메라도 데이터를 아래에서 위로 장엄하게 비춰 준다 - 시리즈 후반이기에 가능한 대원들 사이의 팀워크 묘사가 좋다.

하지만 이 다음 편인 [Phantams]는 얄팍한 프로이트 재해석이랄까나, 데이터의 꿈을 풀어나가는 에피소드로, 라이커(Riker) 부함장의 머리에 빨대를 꽂고 피를 빠는 의사라든지, 납작한 케이크가 되어 버린 트로이(Troi)라든지 하는 괴상한 볼거리는 재미있지만 내용 자체는 조금 지루하다. 데이터가 홀로덱에 들어가 프로이트 앞에서 긴 의자에 누워 이야기를 하는 부분을 넣은 걸 보면 뭔가 비틀어 보려고 한 것 같긴 한데, 아무래도 80년대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데이터는 대체 왜 고양이를 알러지가 있는 울프에게 맡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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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월요일부터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http://www.eidf.org )방송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시험이 끝난 직후에 방송을 시작하니 가능한 많이 챙겨 볼 생각이다. 관심작은

마저 읽기


아, 방금 [Phantams]가 끝났다. 이왕 시즌 7꺼낸 김에 [Interface(7x03)]도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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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bath님이 홈페이지에서 책이나 영화 제목에 []를 쓰시는데, 특수 문자를 불러낼 필요가 없으면서 읽기에도 편하더라. 나는 생략 가능한 구절에 []를 이미 쓰고 있었지만, 일단 새벗님을 따라 한 번 바꿔 써 보기로 했다.

2006년 7월 3일 월요일

2006년 7월 3일 월요일

2일 일요일에는 조부모님과 조부모님 댁 근처에서 장어구이를 먹었다. 조부모님 댁에서 부모님을 비롯한 여러 친척 분들의 결혼 사진은 물론, 조부모님 결혼 즈음 사진이나 아버지 돌사진 같은 옛 사진들을 꺼내 보고, 몇 장 챙겨 왔다.

저녁에 책 상자를 정리하고 잠들었다가 새벽 네 시 쯤 깼다. 배가 고파서 정신이 들었나, 하고 생각하며 여전히 반쯤 잠든 채 누워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새된 비명이 들렸다. 처음에는 바람 소리라고 생각했으나 몇 번 되풀이되는 걸 들어 보니 아무래도 숨이 막힐 듯한 여자 목소리였다. 신고를 하고 싶었지만 창 밖을 내다 보아도 어디 쯤에서 들려 오는 건지 방향도 원근도 도저히 알 수가 없었고, 어떻게든 가늠해 보려 머리를 내밀고 두리번거리는 사이에 소리가 끊겨 버렸다. 그냥 아파트 단지 근처 주택가에서의 부부싸움이었거나 술 취한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낸 소리였다고 생각하고 싶었지만......그 뒤로 아침까지 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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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월요일에는 W사의 BK님과 만나 점심 식사를 했다. 새로 맡을 책과 관련 기획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겨우 한두 시간 있었으면서 입구에서 받은 방문증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BK님께 불편을 끼쳤다. 하반기 첫 월요일부터 사고를 치다니, 하고 반성했다. 좋은 책이 많이 들어간 기획이라 잘 되면 좋겠다.

오후에는 독일어 문법 학원 첫 수업을 들었다. 손에서 놓은 지 꽤 된 터라 문법 전반을 한번 훑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등록했다. 다행히 폐강이 되지 않았고 (제2외국어 수업은 항상 이게 걱정이다.) 선생님의 수업 방식도 마음에 들어 즐거웠다. 수업 교재로 쓸 책을 예전에 샀던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열지 않은 책 상자 어딘가에 들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긴 하지만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자를 다 꺼내 뒤질 수도 없고.......일단 내일까지 찾아 보고 없으면 새로 살 수 밖에. 굳이 두 권이나 둘 책은 아닌데.

수업 후에는 광화문에서고양이님과 접선, V사 분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서울시 교육청 앞에 있는 오래 된 음식점이었는데, 꽁치구이가 무척 맛있었다. 꽁치, 갈치, 굴비 정식이 있고 요리로 낙지볶음이나 파전, 홍어 등이 있다 한다.

고양이님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집에 왔다. 더운 하루였다.

2006년 6월 28일 수요일

2006년 6월 28일 수요일 : 원격조종

1. 2006년 6월 26일

나는 '염장질' 이라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부러워하지 않는 게 아니라, 뭐가 부러운 건지 아예 파악을 못 하는, 말하자면 불완전정보보다는 불비정보에 가까운 상태다. 나이가 들자 다른 사람의 말에 맞장구를 쳐 줘야 할 때도 생기는데 (ex) 와ㅡ 멋진 애인 둬서 좋겠네.) 타이밍을 못 맞춰서 좀 피곤하다. 남이야 사적으로 뭘 하든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이긴 하지만, 특히 남의 애인 얘기나 연애 자랑이나 스킨쉽에 대해서는 좀 지나치게 눈치가 없어 스스로도 이상하게 생각하곤 했는데, 오늘 점심 때 군만두를 먹다가 내가 이런 무감각인간이 된 이유를 깨닫고야 말았다.

통찰의 순간 보기



2. 2006년 6월 27일

어머니(굽기 담당)와 나(먹기 담당) 둘이서 저녁으로 삼겹살을 조금 구워 먹고 있었다. 어머니가 삼겹살에는 포도주가 어울리는데 꺼내기가 귀찮다고 하셨다.

아버지: 어디 있는데? 내가 갖다 줄게.
어머니: (의자에 앉은 채) 저기 안쪽 깊이 있어서, 커다란 솥 들어내야 해서 번거로워요.
아버지: 여기?
(우당탕쿵탕 끙차끙차 부스럭부스럭 끝에 와인 등장)
아, 마개 따는 게 있어야 하네. 집에 있나?
어머니: (아까 자세 그대로) 있는데, 어디 뒀더라.
......귀찮아라. 안 먹고 말래.

제이: (귀찮아 하는 사람이 미묘하게 틀린 것 같은데...)

아버지: (딸각딸각 챙강챙강 끝에 오프너를 꺼내서 마개를 따며) 끙, 끙.
어머니: (여전히 앉은 채) 하이고, 힘들어라~

제이: (아니, 그러니까 대체 왜 어머니가?!)

2006년 6월 15일 목요일

2006년 6월 15일 목요일 : 인생 경험치 문답

as님 댁에서 보고 해 봄.

보기

2006년 6월 14일 수요일 : 선택과 합리화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

몇 년 전, 일리노이대의 다니엘 시몬스 박사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 이 현상을 명백히 보인 바 있다. 실험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 피실험자들에게 농구 경기 비디오 테이프를 보여 주고, 패스 수를 세라고 했다. 그 경기 비디오 중간 즈음에 고릴라 분장을 한 사람이 천천히 등장해서 9초 동안 경기 중인 선수들 사이를 누비고 카메라를 보고 가슴을 쿵쿵 두드렸다. 비디오가 끝난 후, 중간에 나왔던 생뚱맞은 고릴라를 봤느냐는 질문에 피실험자의 절반 정도가 '그런 것 본 적 없다'고 답했고, 일부는 비디오를 처음부터 다시 보여주자 아까 내가 본 테이프와 다른 것 아니냐며 끝까지 믿지 않았다.

이 현상을 '변화맹(Change Blindness)'라고 한다. 시몬스 박사는 이와 유사한 실험을 하나 더 했었다. 피실험자에게 낯선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게 시킨 후, 길을 설명하는 사람과 피실험자 사이에 문짝을 든 일꾼이 지나가게 하고, 그 사이에 설명자를 전혀 다르게 생긴 사람으로 바꿨다. 생김새도 다르고 옷차림도 달랐다. 그러나 자신에게 길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그새 바뀌었다는 사실을 눈치 챈 사람도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작년 가을, Science 지에 변화맹 현상에서 출발한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실렸다. 스웨덴에서 인지과학을 연구하는 요한슨과 홀 박사의 공동 연구였다. 피실험자들에게 인물 사진을 두 장씩 보여 주며 둘 중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르라고 한 후, 골랐던 사진을 다시 보여 주며 그 사진을 왜 골랐는지 물었다. 그러나 사실 열 장 중 세 장 정도는 피실험자가 고르지 않은 사진이었다. (사진을 덮었다가 다시 보이는 사이에 손장난으로 자리를 바꾸었다.) 피실험자 중 80%이상이 그 사진이 자기가 선택하지 않았던 사진임을 눈치채지 못하며 그 사진의 어디가 마음에 드는지 설명했다. 골랐던 사진과 아닌 사진의 인물이 전혀 다르게 생긴 경우에도 확률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사진을 보여 준 다음 아까 고른 사진이 이 사람 맞는지 충분히 생각해 보라고 해도, 2/3 정도가 자기 마음에 드는 얼굴은 확실히 이 쪽이라고 했다. 연구자들은 이 현상을 '선택맹(Choice Blindness)'이라고 이름 붙였다.

변화맹 현상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그리고 기억에서 원하는 정보를 어떻게 취사 선택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롭다. 사고 장면을 동시에 목격한 사람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경우, 같은 경험에 대해 전혀 다르게 기억하는 경우, 한 사람에게는 더없이 중요했던 사건이 다른 사람에게는 기억도 나지 않는 사소한 일이 되는 경우 등을 인지의 본래적 특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경과학, 화학, 뇌의학, 현상학 등 유관 분야의 연구와 통합된다면 우리 자신에 대해 여러가지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왜 나와 너의 생각이 다른지를 아세틸콜린(....너무 거슬러갔나) 에서부터 설명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요한슨과 홀 박사의 연구 논문은 사이언스 지에 실려 있고(작년 10월호인가?), 구글링을 하면 실험에 사용된 사진과 자세한 결과 수치가 담긴 PDF 파일 버전도 나온다.

후속 연구를 계속 기다렸는데, 반 년이 지나도록 이쪽 팀에서나 다른 팀에서나 별달리 발표되는 것이 없는 듯 해 잊기 전에 써 둔다. (사실 내 요즈음 관심사는 선택맹이 아니라 쿠퍼카이퍼 벨트(Kuiper Belt)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