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 참여했던 프로젝트 결과물도 받아 왔다.
도서관 운영사례집. 아주 예쁘게 나왔다.
그런데 미묘하게 핸드메이드........
오전에는 학교 수업을 했다. 형법 2와 형사소송법. 일본어 공부를 하고 법대 학생회실에서 기구를 빌려 고장난 자물쇠를 잘라 열었다. 사물함 안에서 만 하루를 묵은, 얼음 녹은 물이 담긴 스테인레스 텀블러를 비웠다.(그런데 집에 가져 오는 것을 깜박하고 사물함에 도로 넣어 놓고 왔다.)
오후에는 승민오빠와 홍대 앞에서 만나 Joey's 에서 이른 저녁으로 파스타를 먹은 후, Ella&Lois에서 아포가또를 먹었다.
학생수첩을 잃어버린 것 같다. 있을 만한 곳은 모두 찾아 봤는데 없다. 이제 남은 곳은 화요일에 수업을 들었던 교실의 책상 서랍 정도다. 일정과 시간표가 모두 쓰여 있는 수첩이라 어서 찾고 싶다. 연락처와 소속이 적혀 있으니 습득한 사람이 있다면 지금쯤 돌아왔을 텐데......
한밤중에 아이스크림을 퍼먹었다. JLPT 신청을 했는데, 너무 늦어서인지 원래 시험장이 적은 건지 집에서 아주 먼 시험장밖에 남아 있지 않아 고민하다 송파로 신청했다. 동쪽 끝이다.
저녁 6시가 넘어서 내일 헌법 수업 예습 해 오라고 문자가 왔다. 뽑아보니 111페이지다.
아직 개강을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학교에 가기 싫어 견딜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공격적인 문답 수업을 견딜 수가 없다. 철학과에서처럼 생각을 첨예하게 다듬거나 자유롭게 펼치기 위한 문답도 아니다. 이미 답이 존재하는 질문에 대해 미리 공부해 가서 무작위로 걸릴 경우 답해야 하는 수업 진행이 '너무' 싫다. 무지한 입장이라 나보다 훨씬 더 잘 아는 스승에게서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가르침을 받고 싶다.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지 이해하고 질문할 수 있을 때까지는 나를 방치해 줬으면 좋겠다.
이 학교는 휴학도 수강신청 철회도 수업/교수 선택권도 허하지 않는다. 스타일이 전혀 안 맞는 교수님을 피할 수 없다면, 적어도 한 과목 정도 줄여서 천천히 갈 수 있게만 해 주어도 좋겠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입학했고, 이번만은 중도에 멈추어 서서 결국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끝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절박해서 아직은 다니고 있지만, 학기당 2회의 질문회피권이 어쩌고 하고 쓰인 강의계획서만 읽어도 속이 메슥거린다.
로스쿨 제도의 불확실성에 대해 말이 많지만, 나는 불확실한 상황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지리한 기초부터 쌓아나가야 한다는 것도 이해한다. 거듭 말하지만 법학 공부가 싫은 것도 아니다. 철학을 할 때와 같은 솜털이 삐죽 서는 쾌감이나 사회복지학과 수업을 들을 때와 같은 각성과 충만감은 없지만, 전문대학원임에도 새로운 앎 자체가 주는 즐거움은 그 자리에 제대로 있다. 내가 아직 모를 뿐이지, 좀 더 많이 이해하면 언젠가는 무언가 보일지도 모른다는 두근거림도 있다. 이 과정을 버티고 나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어쨌든 싫은 소리 말고 2년 반을 더 눌러 앉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이리 저리 돌려 생각해 보아도, 지난 학기 같은 문답 수업은 못 참겠다. 다른 어떤 숙제도 시험도 괜찮은데 여기의 문답 수업만은 참을 수가 없다. 사회복지학과에도 공격적으로 학생들을 괴롭히는 선생님은 계셨고(sk...) 철학과에서 내가 들은 많은 강의들은 문답식 또는 학생발표식이었다. 그래도 다 보람이 있었는데, 지난 1학기를 아무리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책과 강의로 배운 내용은 괜찮았지만 문답 수업은 악몽 같을 뿐이다. 교수님이 나에게 질문했을 때에는 정말 싫었다는 기억밖에 없다. 질문 내용과 답은 모르겠다. 교수님이 다른 학생에게 질문했던 내용도 전혀 기억이 안 난다. 강의 부분밖에 기억에 없다.
2학기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 현기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