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커플인 미진과 진우오빠가 결혼 발표 겸 녹두에서 동기들에게 밥을 샀다. 결혼식을 대구에서 하기 때문에, 식에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다들 올 줄 알았는데 다 해서 열 명 쯤 왔다. 거의 이 년 여 만에 미배를, 삼 년 여 만에 윤진을 만나 반가웠다. 같은 녹두거리에 있고 학교까지 다니면서도 좀처럼 마주치기 어렵다.
세밀한 기억력이 아주 좋은 윤진이 우리가 어렸던 시절 이야기를 많이 해 민망하면서도 즐거웠다. 내가 신입생 환영회 때 '파파야'의 '파파야'를 부르며 춤을 추었고, 뱅글뱅글 돌다가 물통을 쳐서 넘어뜨렸었단다.;
식후에는 민들레 영토에 갔다. 동기 경아도 5월 말에 결혼을 한다며, 약혼자와 함께 왔다. 깜짝 놀랐다.
2008년 4월 12일 토요일
2008년 4월 9일 수요일
2008년 4월 9일 수요일 : 카지노 로얄 (Casino Royale)
텔레비전으로 국회의원 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십 분 쯤 보다가 영화관으로 도피했다. 시네마테크에 가서 존 휴스턴 회고전 프로그램으로 1967년 작 [카지노 로얄]을 보았다. 예상했는데도, 예상보다 조금 더 막나가는 코미디 영화였다. 우디 앨런의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졌고, 자크 타티의 [플레이타임]이 떠올랐다. (생각 난 김에 확인해 보니 같은 1967년 작이네.)
영화관에서 나와 휴대폰을 켜니 윤형님으로부터 '노회찬이 앞서고 있어요. 희망고문 시작인가.'라는 문자가 와 있다. 깜짝 놀라 어떻게 되었냐고 늦은 답문을 보냈더니, 돌아온 답은 물론 '졌어요ㅠ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새벽 세 시 가깝도록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들여다보았다.
영화관에서 나와 휴대폰을 켜니 윤형님으로부터 '노회찬이 앞서고 있어요. 희망고문 시작인가.'라는 문자가 와 있다. 깜짝 놀라 어떻게 되었냐고 늦은 답문을 보냈더니, 돌아온 답은 물론 '졌어요ㅠ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새벽 세 시 가깝도록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들여다보았다.
2008년 4월 6일 일요일
2008년 4월 6일 일요일 : 조화
겨울 바람이 한창 매섭던 연초의 일이다. 주말에 러브리홈에 갔더니 베란다에 처음 보는 선명한 자주색 호접란 화분이 있다. 마침 근처에 있던 동생에게 "어? 저 화분, 새로 생긴 거지? 예쁘네." 라고 무심히 말하자, 동생이 목소리를 낮추고 대답한다.
"아빠가 사오셨는데, 저거 조화야."
우리집에서 베란다에 화분을 갖다 놓을 사람이라면 어머니 정도이다. 새로 생기는 화분도 거의가 어머니에게 우리가 선물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조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오히려 싫어하시는 편이다.)
동생이 얘기하길,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선물로 줄 요량으로 어머니가 좋아하는 꽃이다 하여 저 화분을 덜컥 사 오셨단다. 마지막까지 조화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아버지는 난의 꽃대가 부러질까봐 화분을 품에 안고 차를 몰아 돌아왔다. 물론 어머니는 보자마자 가짜 꽃임을 알아보았다.
"으아, 그거 좀......그래서 어떻게 됐어?"
"어, 그게, 아빠는 엄마 말 듣고셔야 아셨거든. 그런데 엄마가 받고는 바로, 겨울이라서 화분이 다 시들어 베란다가 썰렁한데, 색이 환한 게 들어오니 생기가 돈다고 하셨어. 그래서 나도 자주색이 저기 저거랑 어울린다고 옆에서 그랬어."
나는 꽃 좋아하는 어머니, 그런 아내와 사반세기를 함께 살고서도 호접란의 가격도 무게도 감촉도 알아보지 못한 아버지를 떠올린다. (아마도 의아하게 생각했을) 상인에게 망가지지 않게 잘 싸 달라고 두 번이나 당부하여 준비한 조화를 조심스레 들고 귀가하는 남자와, 턱없이 가벼운 화분을 받아들고 기운이 난다고 대답하는 여자를 상상한다.
그리고 나와 내가 아닌 사람 사이의 까마득한 진공을 노력으로 메워나가는 일이 정말 가능하다면, 그것은 바로 광합성도 하지 않으면서 겨울 내내 거실에서 한눈에 보이는 자리를 차지하고 자주색 꽃잎을 반짝였던 호접란이 놓여 있던, 베란다 타일 한 장 만한 공간을 쌓아나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아빠가 사오셨는데, 저거 조화야."
우리집에서 베란다에 화분을 갖다 놓을 사람이라면 어머니 정도이다. 새로 생기는 화분도 거의가 어머니에게 우리가 선물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조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오히려 싫어하시는 편이다.)
동생이 얘기하길,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선물로 줄 요량으로 어머니가 좋아하는 꽃이다 하여 저 화분을 덜컥 사 오셨단다. 마지막까지 조화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아버지는 난의 꽃대가 부러질까봐 화분을 품에 안고 차를 몰아 돌아왔다. 물론 어머니는 보자마자 가짜 꽃임을 알아보았다.
"으아, 그거 좀......그래서 어떻게 됐어?"
"어, 그게, 아빠는 엄마 말 듣고셔야 아셨거든. 그런데 엄마가 받고는 바로, 겨울이라서 화분이 다 시들어 베란다가 썰렁한데, 색이 환한 게 들어오니 생기가 돈다고 하셨어. 그래서 나도 자주색이 저기 저거랑 어울린다고 옆에서 그랬어."
나는 꽃 좋아하는 어머니, 그런 아내와 사반세기를 함께 살고서도 호접란의 가격도 무게도 감촉도 알아보지 못한 아버지를 떠올린다. (아마도 의아하게 생각했을) 상인에게 망가지지 않게 잘 싸 달라고 두 번이나 당부하여 준비한 조화를 조심스레 들고 귀가하는 남자와, 턱없이 가벼운 화분을 받아들고 기운이 난다고 대답하는 여자를 상상한다.
그리고 나와 내가 아닌 사람 사이의 까마득한 진공을 노력으로 메워나가는 일이 정말 가능하다면, 그것은 바로 광합성도 하지 않으면서 겨울 내내 거실에서 한눈에 보이는 자리를 차지하고 자주색 꽃잎을 반짝였던 호접란이 놓여 있던, 베란다 타일 한 장 만한 공간을 쌓아나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2008년 4월 5일 토요일
2008년 4월 5일 토요일
점심 때 즈음, 친구 새미에게서 패스트푸드가 먹고 싶은데 나올 수 있겠냐는 전화를 받고 신림역으로 갔다. 새미는 KFC에서 햄버거를 먹고, 이미 식사를 했던 나는 물을 마셨다. 식후에는 빵집에서 슈크림과 파이, 샌드위치를 사서 스위트홈에 갔다. 집에서 아이스카페라떼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저녁에는 압구정 현대백화점 5층에서 연어덮밥을 먹고, 후식으로 오랜만에 밀탑 빙수를 먹었다.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더 맛있어서 감동했다.
생일 선물로 만화티의 권교정님 셔츠를 선물로 받았다. 밤에 입어보고 신나서 셀카를 찍었다. 학교에도 입고 가야지.
저녁에는 압구정 현대백화점 5층에서 연어덮밥을 먹고, 후식으로 오랜만에 밀탑 빙수를 먹었다.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더 맛있어서 감동했다.
생일 선물로 만화티의 권교정님 셔츠를 선물로 받았다. 밤에 입어보고 신나서 셀카를 찍었다. 학교에도 입고 가야지.
2008년 4월 4일 금요일
2008년 3월 29일 토요일
오후 세 시 즈음에 새미와 압구정에서 만났다. 카페 미고에서 케이크를 곁들여 홍차를 마셨다. 새미가 지난 달부터 주겠다고 했던 생일 선물을 받았는데, 아주 특이한 소품함과 컵받침 세트였다. 가두리에 연두색 조개가 붙어 있다.
답례를 겸해 미고 맞은편의 한스에 가서 나의 추천 케이크인 블루베리 치즈 케이크를 선물하고, 내가 으려 슈크림을 몇 개 샀다. 다음 약속까지 시간이 애매하게 비어, 오랜만에 허형만 선생님의 커피집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원두를 400g 샀다.
저녁에는 동진님과 만나 CGV 뒤의 중국 음식점 봉주루에 가서 누룽지탕을 먹었다. 추운 데 따뜻한 음식을 먹으니 좋았다.
다섯 시 삼십 분 시작이던 007 카지노 로얄 (1967)은 못 봤다. 4월 3일 상영에 갈까 했는데 학교 수업이 늦게 끝나서 역시 못 갔다. 과연 9일 밤 상영에는 무사히 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답례를 겸해 미고 맞은편의 한스에 가서 나의 추천 케이크인 블루베리 치즈 케이크를 선물하고, 내가 으려 슈크림을 몇 개 샀다. 다음 약속까지 시간이 애매하게 비어, 오랜만에 허형만 선생님의 커피집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원두를 400g 샀다.
저녁에는 동진님과 만나 CGV 뒤의 중국 음식점 봉주루에 가서 누룽지탕을 먹었다. 추운 데 따뜻한 음식을 먹으니 좋았다.
다섯 시 삼십 분 시작이던 007 카지노 로얄 (1967)은 못 봤다. 4월 3일 상영에 갈까 했는데 학교 수업이 늦게 끝나서 역시 못 갔다. 과연 9일 밤 상영에는 무사히 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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